'만성적자' 공무원연금, 수급자 1인당 月 87만원 혈세 투입될 판 [정의진의 경제현미경]

입력 2022-12-19 08:00   수정 2022-12-19 16:18


정부가 '만성적자'에 빠진 공무원연금을 개혁하지 않을 경우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국가 예산이 지난해 수급자 1인당 월 46만원에서 2040년 87만원으로 불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향후 19년 동안 공무원 한 명의 노후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쓰일 재정이 2배 규모로 불어난다는 의미로, 공무원연금 수입보다 지출이 더 빠르게 증가한 결과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공무원을 급격히 확대한 결과 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의 재정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분석됐다.

19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연금에 투입된 국가보전금은 3조2400억원으로, 수급자 1인당 월평균 국가보전금은 46만원으로 추산됐다. 1960년 도입된 공무원연금은 1993년 처음 적자가 발생했고, 2001년부터는 가입자의 보험료 수입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어 국가보전금이 투입됐다. 2001년엔 공무원연금 수급자 1인당 국가보전금이 월 5만원 수준이었지만 지난 20년 사이 9배 규모인 46만원으로 늘었다.

공무원연금 수급자 1인당 월평균 국가보전금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 2040년엔 87만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46만원)와 비교하면 19년 사이 89.1% 늘어나는 셈이다.


이처럼 공무원연금의 재정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는 이유는 수입보다 지출이 가파른 속도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예정처가 통계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1983년부터 2021년까지의 공무원연금 재정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공무원연금 수입이 연평균 10.3% 증가하는 동안 지출은 12.9% 늘었다. 정부가 공무원연금 도입 초기엔 공무원의 장기 근속을 유도하고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연금 혜택을 확대하는 정책을 펼친 결과다. 1996년 이전까지만 해도 공무원은 퇴직 직후부터 공무원연금을 받을 수 있었고, 1988년엔 정부가 유족연금 지급률을 50%에서 70%로 인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의 지속가능성이 저하되면서 정부는 그동안 모두 네 차례 공무원연금 개혁을 단행했다. 1996년에 단행한 1차 개혁을 통해 보험료율을 보수월액의 11%에서 15%로 높였고, 연금 수급개시 연령을 1996년 이후 임용자에 한해 60세로 설정했다. 2001년 2차 개혁을 통해선 보험료율을 보수월액의 17%로 2%포인트 더 올렸고, 1995년 이전 임용자에 대해서도 60세 이후 연금을 수급할 수 있도록 했다.


3차 개혁은 2010년에 있었다. 보험료율을 '기준소득 월액'의 12.6%에서 14%로 인상했고, 연금지급률(재직기간 1년당 지급률)을 기존 2%에서 1.9%로 낮췄다. 연금 수급개시 연령도 2010년 이후 임용자에 한해 60세에서 65세로 높였다. 2015년에 있었던 4차 개혁은 보험료율을 기준소득 월액의 18%로 4%포인트 인상하고, 연금지급률을 2035년까지 단계적으로 1.7%로 인하하는 내용을 담았다.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의 지난 네 차례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공무원연금 재정의 악화 속도가 둔화되긴 했지만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예정처가 2020년에 내놓은 재정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의 연간 재정수지(수입-지출) 적자 규모는 2070년 25조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공무원 확대 정책은 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의 재정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분석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공무원 수는 박근혜 정부 말인 2017년 5월 103만2331명에서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지난해 말 116만2597명으로 13만266명(12.6%) 증가했다.

예정처는 "가입자 수(공무원)의 증가는 초기엔 기여금 수입의 증가로 이어져 재정수지가 개선될 수 있지만, 가입자가 수급자로 전환되는 시점에는 지출의 증가로 재정수지가 이전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가입자 수가 증가하는 방향의 제도 변화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정부의 공무원 확대 정책으로 인해 공무원연금 재정이 추가적으로 나빠지기 시작하는 시점을 2040년 안팎으로 제시했다.


예정처는 공무원연금의 재정 안정을 위해 연금지급률의 인하 속도 조정 등 추가적인 개혁을 촉구했다. 정부가 2015년 4차 개혁을 통해 연금지급률을 1.9%에서 2035년까지 1.7%로 인하하기로 했는데, 이를 보다 빠른 속도로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예정처는 공무원연금의 전체적인 틀은 그대로 둔 채 연금지급률이나 보험료율, 수급연령 등 세부적인 수치를 조정하는 방식인 '모수개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예정처는 "직역연금의 지속가능성, 형평성 측면에서 기존의 모수개혁 중심의 한계를 보완할 다른 방향의 연금개혁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제는 공무원연금의 추가적인 개혁에 대한 공무원 사회의 반발이 심하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공무원노동조합연맹과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우정노동조합 등 3개 단체는 지난 9월 '공무원연금 개악저지 공동투쟁본부'를 결성하고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공무원연금 수급연령 조정에 따른 소득공백 해소 등을 촉구했다.

투쟁본부는 출범선언문을 통해 "정부는 2015년 개혁에서 공무원연금 지급개시 연장에 따른 소득공백 해소와 정년연장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서명했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논의조차 없었다"며 "공무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어떤 세력과도 싸울 준비가 돼있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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